인터넷실명제? 웃기지 마시지!!!

이전 정신병동 글들 2010. 5. 12. 15:04
이 포스트는 지난 2006년 선거시기 인터넷실명제법안이 처음 시행되었을 때 작성했던 포스트입니다. 현재 상황에 안 맞는 부분도 많이 있지만, 관련이 있는 듯하여 다시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지난 2006년 4월 18일 인터넷실명제 폐지를 위한 연합기자회견때 사진입니다. 사진 중간에 이상한 청색모자 쓰고 있는 것이 병자군이군요...^^ (사진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인터넷 실명제를 하겠단다. 다른 때는 몰라도 선거 때에는 꼭 해야겠단다. 다른 얘기는 몰라도 정치 얘기를 할 때만큼은 꼭 해야 된단다.

인터넷에서 너무 많은 유언비어가 난무하기 때문이란다. 근거없는 소문을 퍼뜨려서 대다수 "선량한"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해서 "참 일꾼"을 뽑지 못하고 "정치 사기꾼"만 뽑게 되기 때문이란다.

좋다, 그렇다고 쳐 보자. 그럼 과거 선거때마다 빼놓지 않고 등장했던 "괴문서"는 어떻게 할 꺼냐? 선거기간 중에 복사하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복사가게 주인에게 신분증을 보여줘서 본인임을 확인받게 하고 복사하게 할 꺼냐?

 전화설문조사를 가장한 교묘한 불법선거운동은 또 어쩔꺼냐? 선서운동기간에는 가정용, 개인용 전화는 모두 막고 관공서의 전화만 열어놔서 신분확인 받은 사람만 전화할 수 있게 할 꺼냐?

식사 및 향응 제공 등의 불법선거운동 여전히 판을 친다. 그건 어쩔 꺼냐? 그러한 행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선거운동기간 동안 식당에서 다른 사람 밥값까지 계산하려고 하면 민증 확인하고 나중에 선관위가 불법선거운동인지 확인하기 위해 자료 달라고 하면 재깍 찾아서 갔다주기 위해서 식당주인이 6개월 동안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할 꺼냐?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지금 시행한다고 하는 인터넷실명제가 바로 이런 것이다.

정부가 정하는 인터넷 언론사에서 선거운동기간 동안 댓글 또는 게시판을 쓰고자 하는 경우에 행자부에서 제시하는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실명확인시스템을 거칠 수 있게 해야 한단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최초 500만원, 하루 초과시마다 100만원씩 과태료를 해당 언론사에게 부과한단다. (식당이나 복사집은 반드시 주민등록증을 스캔해서 행자부에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라는 얘기와 뭐가 다른가?)

만일 익명으로 작성된 글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경우, 해당 업체는 즉시 그 글을 삭제해야 한단다. 만일 삭제하지 않으면 최초 100만원, 하루 초과할 때마다 20만원씩 과태료를 부과한단다. (민번확인 안하고 복사를 하거나 밥을 먹었는데 그게 선거와 관련이 있는 일이었음이 밝혀지면 복사한 문건을 모두 수거하던지 먹은 밥을 토해놓게 해 놓으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럼, 실명확인만 받으면 무슨 말이든지 해도 좋다는 얘기인가? 그것도 아니다. 실명확인을 거쳤다고 해도 근거없는 비방, 유언비어, 불법선거운동은 모두 기존의 법에 의해 처벌된다. 즉, 이 실명제법의 목적은 오직 하나다. 근거없는 비방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들은 추적해서 잡기가 너무 귀찮으니까 아주 손쉽게 잡아 보자는 거다. 이 얼마나 행정편의주의적인 생각인가?


익명으로 글을 쓸 수도 있단다. 선거에 관련된 얘기만 아니라면, 삭제될 걱정도 없단다. "솔로몬의 지혜"를 찾았다고 기뻐 날뛰었을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선거에 관련되지 않는 얘기? "나는 한나라당이 이미지가 좋드라.", "저 후보가 공약을 참 잘 만든 것 같아"정도의 글도 익명이면 삭제 대상이다. 근거없는 비방, 유언비어, 불법선거운동이 아니더라도 실명인증을 받지 않으면 절대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다. 쉽게 얘기하면 주민번호 없는 사람은 한국의 정치에 대해서 아뭇소리 말고 닥치고 앉아 있으라는 거다.

자, 한번 생각해 보자. 익명성 뒤에 숨은 사이버테러, 그래, 심각하다. 얼마전 임수경씨 아들에 관한 기사에 달린 댓글은 내가 봐도 섬찟했다.

어라? 이상하다? 그러고 보니 그 사건이 벌어진 게시판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의 댓글은 "실명인증"을 받고 가입한 "회원"만이 달 수 있다. 실명인증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가장 패악적인 댓글을 남겼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실명제 하면 패악적인 댓글이 사라져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오히려 가장 섬뜻한 사례는 실명제게시판에서 생겼다.

개똥녀니, 철사마니, 최근의 PD수첩PD의 가족사진노출까지, 그러한 "패악의" 인터넷문화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영역까지 아주 쉽게 접근하고, 파괴한다.

어라? 이것도 이상한데? 그들이 어떻게 그처럼 쉽게 그러한 개인정보까지 입수한 거지? 진짜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사회라면 그러한 정보가 그리 쉽게 노출될 수 있었을까? PD수첩의 PD야 어느정도 공적 영역에 들어와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 일을 당했거니 하겠지만, 개똥녀? 철사마? 결코 공인은 아닐 텐데 말야... 오히려 그러한 개인정보를 "너무나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 아닌가? 

뭐, 다 좋다! 아뭏든 나쁜 것은 나쁜 거여! 머리 복잡하니까 실명제가 도입되면 그런 나쁜일은 안 일어날 꺼라고 해 버리자! 그런 나쁜 일 어떻게든 막아보자는 건데, 좋다! 다 좋다!

근데 이것도 이상한데? 왜 하필이면 "정치"만이야? 정말 피터지게 당한 사람들은 다 보통 사람들인데, 왜 정치인만 비방하면 안되는데? 정말로 효과가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면 우선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을 보호해 줘야 하는 거 아냐? 정치인이 무슨 피해를 봤다는 거야? 지들끼리 서로 헐뜯고 싸우는 꼬락서니는 많이 봤지만, 네티즌이 그 정치인들에게 뭘 어쨌는데? 혹시 이것들, 지들 욕 들어먹기 싫다고, 지들끼리 잘 살겠다는데 사사껀껀 끼어들어서 방해하는 네티즌이 너무 짜증나니까 법이라는 이름으로 한꺼번에 때려잡으려는 거 아냐?




하나씩 거꾸로 되짚어보자. 실명인증회원도 극도의 욕설을 서슴치 않았다는 사실은 그러한 욕설을 하는 이유가 실명제를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개인이 막말 약간 섞어서 "미친놈"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임수경이라는 인물에 대해 극도의 증오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온라인상에서 표출되었을 뿐이다. 그 사람들이 그 기사를 지하철 한가운데에서, 종이신문에서 읽었다면 혼자말로 (그러나 주위 사람은 다 들리게끔) "이런 XX는 한번 당해봐야 돼" 라고 말하는 정도의 인간성밖에 소유하지 못한 것이다. 조선일보라는 사이트는 마침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고, 뭉치면 강해지는 인간의 속성상 서로 경쟁하듯이 마구 글을 올린 것이다. 그러니까 그런 못된 인간들 처벌해야 하지 않냐고? 물론 처벌해야 한다. 그러니까 그런 인간들 잡기 쉽게 하기 위해서 모두 실명확인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게 바로 모든 네티즌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행위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남자들은 모두 여성에게 언제든지 성폭력을 가할 수도 있는 잠재적 범죄자니까 모두 전자팔찌를 차고 어디에 있는지 경찰이 쉽게 알 수 있게 하자라고 하는 거다. 그렇게 하라면 하겠는가?

개똥녀, 철사마... 등의 문제는 개인정보가 너무나 쉽게 노출될 수도 있는 인터넷환경 때문에 생긴 문제이다. 이것의 해결법은 오히려 그러한 "개인 인증"절차를 더더욱 줄여서 정보의 노출이 쉽지 않게 만드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글 하나 쓸 때마다 주민번호를 입력하라고? 미쳤냐?

위의 두가지 예만 봐도 실명제가 무슨 "전가의 보도"마냥 휘둘러댈 수있는 놈이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지만, 어느 정도의 순기능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잘 짜여진 시스템에서 정말 최소한의 용도로 사용된다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러한 견해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일리있는 의견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최소한의 보호의 대상"이 "정치, 정치인"이라고? 이건 전두환의 '체육관선거'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짓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26일 자유언론인협회 출범식에서 전여옥씨가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노무현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포털에 진지를 구축해 놓고 2007년 황색바람을 몰고 올려고 한다는 얘기를, 정치인들이 네티즌을 보는 수준이 딱 이정도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얼마나 국민을 우매하게 봤으면 이따위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낼 수 있을까? 

'어차피 정치뿐인데, 나는 정치 따위에는 관심도 없는데, 정치관련 글에만 실명제 적용한다는데 그게 뭐 어때서? 나는 어차피 아무상관없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권력의 속성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러한 생각은 너무도 순진한 생각임을 알 수 있다. 권력의 속성상 통제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정치관련 글만, 선거운동기간만이지만 이는 순식간에 확장되어 곧 한국의 모든 네트워크는 실명인증 없이는 접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미 한나라당은 현행 공직선거법보다 더욱 포괄적인 실명제법안을 국회에 상정해 놓았으며, 현재 계류중이다.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당신을 노예로 만들고자 하는 검은 음모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 정신병자의 인터넷정신병동 과거 버전에서 가져옴. (원문 포스팅 일시 : 2006/04/28 2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