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낡은 꿈을 다시 꺼내어 들며...

정신나간 잡설들 2010. 12. 20. 23:27
이 글은 진짜 영화DB사이트 KMDb 프로젝트를 위해 현재 펀딩작업중인 킵워킹펀드 (http://www.keepwalking.co.kr)에 올렸던 병자군의 일기입니다. 정신병자의 인터넷정신병동은 당연스럽게도 병자군이 직접 쓴 글은 원글의 기고매체가 어디든지간에 무조건 중복 개재하고 있습니다. (해당글의 원본을 보고 싶으신 분은 위 사이트를 방문하셔서 아이디 "collector"를 검색, 12월 16일자 일기를 찾아보시면 됩니다...만, 해당 사이트의 인터페이스가 워낙 독특해서 찾기 힘드실 수도 있습니다...-_-;;;)

한국형 영화DB사이트 KMDb에 작은 힘을 보태주신 분은 해당 사이트의 KMDb프로젝트에 작은 응원글을 남겨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응원글을 남기는 방법은 요기를 클릭하시면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지금의 화려한 청계천 모습을 떠올리며 어리둥절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과거 청개천은 지금과 같은 서울 관광의 명소가 아니라 온갖 잡다구리한 고물(고물이라고 쓰고 보물이라고 읽습니다.)의 보고였습니다. 특히 청계천 8가 주변에 운집해 있던 중고비디오테이프 매매점들은 특히 당시 나름 영화광이라는 분들에게는 하나의 "성지"라 불릴 수 있는 곳이었고, 90년대 말 무렵에는 병자군 역시 한 달에 한번 이상 경건한 마음으로 그 성지에 방문하곤 했습니다. 2~3시간 남짓의 성지순례를 마친 후 먼지 범벅이 된 채로 함께 간 영화동호회 선배들과 근처 구멍가게에서 캔 음료를 나누어 먹던 기억은 여전히 눈에 선합니다. 

(자료출처 : 오마이뉴스 "난 바람부는 날이면 황학동을 찾는다.")


"야, 이 삐리리같은 제목의 영화가 사실은 퍼렁스 칼 영화제[각주:1]에서 신사임당 특별상[각주:2]을 수상한 삘릴리야.", "얼마 전에 배쨌스 영화제[각주:3]에서 누렁냥이상[각주:4] 수상하면서 확 뜬 에드우드 감독의 데뷔작이 우리나라에서 이미 출시되었다는 거를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냐?" 라는 등, (고작 영화를 남들보다 "쪼오큼" 더 좋아하는 정도인) 병자군으로써는 도저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외계어를 남발하며 있는 힘껏 "난체하는" 선배들을 보며 그 방대하면서도 잡스러운 지식에 감탄하며 보냈던 시절이었지요. (물론, 이따금은 '난 절대로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겠다.'라는 다짐을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절대로, 진짜, 이따금이요…) 

이런 얘기를 나눌 때면 특히 더욱 눈을 반짝이며 열정적으로 얘기하던 선배가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이런 사실들을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즐겁겠냐며, 책이 되었든 다큐가 되었든, 남들이 모르는 이런 지식을 알고 있는 우리는 이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 지식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다른 사람들도 같이 보며 즐거워할 수 있는 '어떤 것'을 만들어보자며 주변 사람들을 선동하는 선배였습니다. 위에서 한번 얘기했던 바와 같이 그저 남들보다 "쪼오큼" 더 영화를 좋아했을 뿐인 병자군은 이 잡스러운 지식들을 채워줄 수 있는 그 '어떤 것'에 대한 열정으로 끓어올랐고, 그래서 더더욱 그 선배를 좋아하며 졸졸 따라다녔었지요. 

벌써 10년 이상 지난 시절의 얘기네요. 10년이라는 세월은 강산만 변하게 하는 것이 아니더군요. 웹사이트 기획자로 일하게 되면서 어느 새인가 차곡차곡 나이는 쌓여가고, 그 당시 가졌던 순수한 열정은 영원한 생명을 얻겠다는 핑계를 대며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도망가 버렸습니다. 그냥 되는대로 살고, 사는 대로 살고, 관성만 남은 껍데기가 되어 버린 것이지요. 

올해 8월 초순쯤으로 기억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무미건조하게 세월을 죽이며 살아가고 있던 저 병자군에게 그 선배가 찾아왔습니다. 아직도 당시의 열정을 가지고 있고, 아직도 충분히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그 선배입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사람들을 발견했다고, 이번에는 정말로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한 번 함께 일해 보자고 말합니다. 나름대로 오랜 세월동안 보아온 선배이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예전에 이루지 못한 어떤 것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나도 진하게 남기에, 다시 한 번 함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대답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밤하늘 저 먼 곳에서 기적소리가 들려옵니다. 안드로메다로 도망가 버린 줄 알았던 당시의 열정이 은하철도 999를 타고 돌아오고 있습니다. 10년의 긴 여행을 끝내 견뎌내며, 마침내 진정한 영원한 생명을 얻어서 저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1. 이딴 영화제는, 당연하겠지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문으로]
  2. 신사임당 선생님은 당연히 특별상을 수상 또는 시상하신 적이 없습니다. (적어도 영화에 대해서는요) [본문으로]
  3. 어디서 비슷한 이름을 들어보셧을 수는 있지만, 이딴 영화제 역시 존재하지 않는 영화제이지요. [본문으로]
  4. 이딴 상 역시... (으음, 그만할까요?...-_-;;;) [본문으로]

"진보는 그들이 반대하는 것을 옹호하거나 인기가 없는 주장을 변호하는데 자부심을 느끼는 습관이 있다."|

정신나간 잡설들 2010. 5. 13. 09:45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셀던의 20여년전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리버럴"을 "진보"로 바꾸어서 한국 상황에 그대로 대입해도 별반 다르지 않겠군요...

 

"리버럴은 그들이 반대하는 것을 옹호하거나 -예를 들어 포르노- 인기가 없는 주장을 변호하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습관이 있다(볼테르를 존경해서?)… 보수주의자들은 이것을 간파하고 리버럴의 입장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왜곡해서 이용한다.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본인이 낙태를 하겠다는 사람으로, 학교 내 기도를 반대하는 사람은 기도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으로, 공산주의자도 그 권리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변호하는 사람은 공산주의 사상 자체를 지지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어) 비난하는 것이다." 

- 마이클 셀던 (프레시안 기사 중 인용)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정신나간 잡설들 2010. 5. 12. 14:42
<이미지 출처: http://flickr.com/photos/woija/775477076/>

출발점에 선다는 것은, 언제나 두려운 일입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지금까지 달려온 길이 길면 길수록, 책임져야 할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더욱 그러합니다. 더군다나 그 길이 한 때 실패한 길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과거에 실패했던 일을 다시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어떻게 될지,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전혀 모릅니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그 당시의 패기와 결기로도 뚫지 못했던 길을 지금이라고 뚫을 수 있을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무지함이 바로 지금 느끼는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이겠지요.



한편으로는, 그동안 쌓아온 것이 있기에, 기나긴 길을 달려가 봤기 때문에, 책임져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다시 오래전의 출발점으로 돌아온 지금 더더욱 설레입니다. 활용할 꺼리를 많이 쌓아왔다는 점 때문에, 길게 길을 달려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보다 높은 책임감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기에, 이번에는 반드시 잘 될 것이라는 근거없는 낙관도 있습니다.

새로운 출발을 스스로 축하하는 마음으로 블로그를 새롭게 꾸며 보았습니다. 이미 1년 이상 방치되어 있던 예전 블로그의 글 중 꼭 보관하고 싶은 글을 추려 새롭게 꾸며 보았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글들을 직접 추리며 다시한번 마음을 다져봅니다.

내가 지금 몸담고 있는 이 곳은 "Neo 인터넷정신병동" 입니다.